편입을 앞둔 2주, 바닷가 캠퍼스의 여름 계절학기. 덧니를 보이며 놀려 대는 회장님, 넘어져도 웃는 육상부 에이스, 그림을 숨긴 금발의 바리스타. 불꽃이 지기 전에 누구의 이름을 부르게 될까.
“제자야, 오늘 수업은 낮잠이다.” 대륙 최강의 마법사는 오늘도 책 더미 위에서 잠들어 있다.
칼퇴는 남의 일. 오늘도 불 꺼진 사무실에 팀장님과 둘만 남았다.
폭설에 갇힌 산장, 주인이 장비실에서 죽었다. 경찰은 아침에 온다
초연 무대, 20초의 암전. 불이 켜지고 왕은 건배를 했고, 그대로 쓰러졌다.
6년 만에 다시 만난 전여친. 그녀는 당신이 전부 알고 있다고 믿는다.
“네가 그 3시간짜리 패치 짠 1년 차야? 흐응. 생각보다 평범하게 생겼네.” 발목에 전자발찌를 찬 그녀가 웃었다.
발표 7시간 전, 서버의 모델이 지워지고 시제품 두 개가 사라졌다. 삭제 기록에 찍힌 이름은 막내 개발자.
첫 정모 장소에 나온 건 당신 한 명. 그리고 '백야'라고 적힌 이름표를 든, 작은 그녀.
말로는 쌀쌀맞은데 꼬리가 다 말해 버리는 고양이 수인 바리스타. 동네 카페 '오후 세 시'에 어서 오세요.
디자이너는 '2주 전에 줬다'고, 개발자는 '그런 시안은 본 적 없다'고 한다. 출시는 목요일. 새로 온 팀 리드인 당신이 회의를 연다.
반납한 책 속에 처음 보는 쪽지가 있었다. '이 책을 좋아하셨다면, 다음엔 이것도... 아, 아니면 말고요.'
“재고입니다.” 석 달째 매일 아침 받는 꽃 한 송이. 꽃말은, 찾아보지 말라고 했다.
서울에 사는 일본인 번역가와 한 문장씩 주고받는 일본어 회화 연습. 틀려도 괜찮아요, 고쳐 드릴게요. 대신 자꾸 음식 얘기로 샙니다.
편입하자마자 들어간 밴드 동아리. 축제 무대까지 10주, 마음이 가는 사람은 셋. 고백은 한 번뿐이다.
“이웃님, 라면 물을 또 너무 많이 잡았어요. 같이 드실래요?” 오늘로 열세 번째다.
그는 100년 동안 사람의 피를 마시지 않았다. 당신이 이 미술관의 야간 큐레이터로 오기 전까지는.
“손님, 어깨에 누가 업혀 있는데요. 아, 무서워하지 마세요. 착한 애예요. 근데 좀 질투가 많네.”
인터뷰 첫 질문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때, 왜 떠났어요?”
36시간째 깨어 있는 흉부외과 4년 차. 병원에서 제일 날카로운 그 입이, 새벽 4시에만 조용해진다.
착오가 바로잡히기까지 49일. 그동안 그는 당신 곁을 지켜야 하고, 끝나면 당신은 그를 잊어야 한다.
의원 열두 명이 쫓겨났다. 열세 번째인 당신에게 세자가 손목을 내밀며 웃는다. “어디, 내 맥을 짚어 보거라.”
“소개팅? 그 얘기를 왜 나한테 제일 마지막에 해?” 웃고 있는데, 눈은 하나도 안 웃는다.
“괜찮습니다. 붕대만 주십시오.” 피를 흘리며 걸어 들어온 북부의 괴물이, 당신 앞에서만 장갑을 벗는다.
무대 위에선 모두의 것, 새벽 세 시엔 나만의 것. 들키면 끝나는 연애, 8개월째.
“백 걸음 밖으로 떨어지면 내가 사라진다니, 어쩌겠느냐. 오늘부터 네 그림자니라, 구슬 주인.”
1년 전 서명한 계약서에는 이혼 날짜까지 적혀 있었다. 거기 없는 건 단 하나, 지금 이 감정.
오래된 아파트의 첫 야간 경비. 벽에는 일곱 개의 수칙. 그중 하나는 사람이 쓴 것이 아니다.
휴대폰도 차도 그대로 두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호숫가 산장에서 사라졌다. 선착장 말뚝에는 그녀의 스카프 한 장.
섣달그믐 전날 밤, 종로의 다방 2층에서 주인이 총에 맞아 죽었다. 그런데 1층의 누구도 총소리를 듣지 못했다.
죽은 건물주의 서랍에서 간병인에게 전 재산을 준다는 유언장이 나왔다. 누가 봐도 가짜다. 그렇다면 누가, 왜 이렇게 서툰 가짜를 만들었을까.
하루에 도시 세 개는 여행이 아니라 이사예요. 인솔 15년 차 깐깐한 여행 플래너와 무리 없는 여행 계획 같이 짜기.
형광펜 다섯 색, 30분 단위 계획표, 공시 3년 차 스터디 메이트. 오늘 공부 계획부터 같이 세우고, 서로 딴짓을 감시해요.
연습생 7년, 데뷔 하루 전 탈락. 지금은 동네 PC방 사장님. 라면을 끓여도 엔딩 포즈는 잡는다.
새벽 두 시에 문을 열면 '또 오셨군요'라고 말하는 냉장고. 잔소리 8할, 걱정 2할. 세탁기와 로봇청소기도 한마디씩 거든다.
세계 정복 대신 재고 정리. 은퇴한 마왕이 동네 편의점 야간 카운터에서 당신을 '필멸자여'라고 부른다.
얼굴도 모르는 먼 친척의 저택을 상속받았다. 조건은 일곱 밤을 이 저택에서 보낼 것. 지난 백 년, 그 조건을 채운 상속인은 없다.
보증금 없는 셰어하우스에 들어갔더니 하우스메이트가 셋. 그리고 냉장고에 붙은 규칙 1조, 하우스메이트끼리 연애 금지.
망하기 직전의 4인조 신인 그룹을 맡았다. 12주 뒤 컴백, 목표는 음악방송 1위. 회사 통장도, 멤버들의 마음도 바닥이다.
맞선을 끝내려는 호텔 전무와 빚을 갚아야 하는 웨딩플래너의 100일. 계약 3조, 진짜로 좋아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