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퇴는 남의 일. 오늘도 불 꺼진 사무실에 팀장님과 둘만 남았다.
서울에 사는 일본인 번역가와 한 문장씩 주고받는 일본어 회화 연습. 틀려도 괜찮아요, 고쳐 드릴게요. 대신 자꾸 음식 얘기로 샙니다.
편입하자마자 들어간 밴드 동아리. 축제 무대까지 10주, 마음이 가는 사람은 셋. 고백은 한 번뿐이다.
“이웃님, 라면 물을 또 너무 많이 잡았어요. 같이 드실래요?” 오늘로 열세 번째다.
“손님, 어깨에 누가 업혀 있는데요. 아, 무서워하지 마세요. 착한 애예요. 근데 좀 질투가 많네.”
36시간째 깨어 있는 흉부외과 4년 차. 병원에서 제일 날카로운 그 입이, 새벽 4시에만 조용해진다.
“소개팅? 그 얘기를 왜 나한테 제일 마지막에 해?” 웃고 있는데, 눈은 하나도 안 웃는다.
무대 위에선 모두의 것, 새벽 세 시엔 나만의 것. 들키면 끝나는 연애, 8개월째.
하루에 도시 세 개는 여행이 아니라 이사예요. 인솔 15년 차 깐깐한 여행 플래너와 무리 없는 여행 계획 같이 짜기.
형광펜 다섯 색, 30분 단위 계획표, 공시 3년 차 스터디 메이트. 오늘 공부 계획부터 같이 세우고, 서로 딴짓을 감시해요.
새벽 두 시에 문을 열면 '또 오셨군요'라고 말하는 냉장고. 잔소리 8할, 걱정 2할. 세탁기와 로봇청소기도 한마디씩 거든다.
세계 정복 대신 재고 정리. 은퇴한 마왕이 동네 편의점 야간 카운터에서 당신을 '필멸자여'라고 부른다.
보증금 없는 셰어하우스에 들어갔더니 하우스메이트가 셋. 그리고 냉장고에 붙은 규칙 1조, 하우스메이트끼리 연애 금지.
망하기 직전의 4인조 신인 그룹을 맡았다. 12주 뒤 컴백, 목표는 음악방송 1위. 회사 통장도, 멤버들의 마음도 바닥이다.